내 성인 ADHD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성인 ADHD의 정의 

제가 처음 진단받을 때 들었던 설명 중 가장 신기했던 내용은 성인 ADHD란  어린 시절에 진단되지 않은 ADHD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렇다고 성인기에 처음 발발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농업위주의 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ADHD라는 병이 선명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던 병이었지만, 현대사회가 점점 산업화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대두하게 된 병이라고 알려주셨어요. 

ADHD는 흔히 집중력 장애 혹은 결핍으로만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저도 사실 집중력 장애만 해당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뜻을 풀어보니까 과잉행동장애도 있더라고요. ADHD는 Attention deficit/hiperactivity disorder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의외로 주의력결핍만 생각하셔서 과잉행동장애를 ADHD증상으로 생각하시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너무 과도한 몰입이나 중독도 ADHD 증상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물론 2개를 다 가지고 있는 완벽한 ADHD 인간입니다...

 

 

 

2. 내 ADHD 증상 

제 ADHD 주의력 결핍증상은 흔히 제 대처능력을 초과하는 요구를 받을 때 나타납니다. 더 현실적인 예시를 들자면, 내가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볼 때, 일단 미친듯이 뒤로 미룹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아 따뜻하다 하면서 쳐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갑자기 2가지 이상의 일이 저에게 몰렸을 때, 좀 웃기지만 저는 우선순위를 못 정합니다. 일이 뭐가 중요한지는 잘 알지만, 그걸 우선순위로 분류해서 뭘 먼저 해야 할지를 몰라요. AI가 이런 거 일정으로 만들어주면 내가 돈 매년 낼 수 있는데, 제발 만들어주세요.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늘 기한 안에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엉망진창으로 내는 저에게 늘 자괴감을 가득 가지고 살았었어요. 근데 또 웃긴 건 어떻게든 해서 제출합니다. 2주 동안에 천천히 하면 될 일을 마지막 하루에 미친 듯이 울면서 하고 자괴감을 느끼죠. 여기서 하루 만에 할 일을 2주 동안 미루는 저에게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2주 동안 할 일을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내 의지로 안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게으른 줄 알았어요. 할 수는 있는데 안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또 울고불고할 거면서 왜 자꾸 미루는지 제 스스로에 대해서 한심한 마음이 가득했죠. 끝없는 자기혐오의 굴레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진짜 강의를 집중하고 5분만 듣자 하는데 1분도 다른 걸로 시선이 튀어버려요. 진짜 제 의식이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다른 걸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그냥 산만한 줄 알았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기에 대학교 3, 4학년을 다녀서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가 않았어요. 제가 졸업학점을 어떻게 채웠는가? 는 제 스스로에게도 의문입니다. 시험 3일 전부터 6과목을 대략 16강씩 2배속으로 들으면서 웁니다. 그리고 시간의 감각이 조금 무딘 편이에요. 저는 그래도 약속에 늦거나 하지는 않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는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요. 밤 10시와 밤 8시의 차이를 모르는 느낌입니다. 보통 밤 10시는 늦은 밤이라고 생각하고 밤 8시는 이른 밤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밤 10시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오늘 해야지? 이런 거 잘 안 하잖아요? 저는 저걸 자주 합니다. 그래서 수면 시간이 늘 불규칙하고,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에 안 좋고 또 우울하고 불안하고 이런 굴레를 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원인을 알아서 최대한 노력 중이지만 일찍 자는 것이란 쉽지가 않습니다. 

과잉행동장애 증상으로는 게임중독이 있죠. 저는 게임을 어린시절에는 안 해봐서 그렇게 중독성이 치명적인지 몰랐어요. 지금은 삭제를 안 하면 자의로 못 멈출 정도입니다. 그래서 게임이 너무 하고 싶으면 하루종일하고 그다음 날 삭제해 버려요. 중간에 멈춘다는 선택지가 저에게는 너무 어려워요. 게임을 시작하면 이미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걸 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려요. 그냥 아예 안 하든가, 할 거면 자기 전까지 해버리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게임 이후에는 꼭 삭제를 합니다. 안 그러면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지금도 저번주 일주일이 지나가버려서 울고 있긴 합니다. 게임 다신 안 할 거라고 제어판 들어가서 삭제했습니다. 제 ADHD증상은 대략 이 정도입니다. 다른 관련된 내용이 더 있으면 2탄으로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