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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치료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후 좋아진 점들

by 내면고고학자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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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에게 부담 주지 않고 의존할 곳이 생긴다. 

제 성격 특성이 남에게 의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긴 한데요. 아무래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듣고 나면 힘들더라고요. 하소연을 들어주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죠. 그래서 그걸 알기에 친구나 가족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뭔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걱정이 되어서 뭐 할 때마다 신경 써주는 것도 고마우면서 부담스럽고 그렇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점은 이야기하면서 울어도 딱히 불안이 줄어들거나, 덜 우울해지지 않습니다. 근데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면 일단 이런 문제 상황이 있고 그래서 현재 어떤 감정이 든다. 이 감정을 해결하는 걸 도와주실 수 있느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제일 편한 건 관계가 정말 공적인 관계라 좋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분에게는 이게 일이니까요. 차트에 정리하시는 것 이외에는 따로 저를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되기 때문에 저도 마음이 편하고 전문가의 의견이기 때문에 진단을 받고 나서는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약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많습니다. 저는 한 병원을 오래 다니는 편입니다. 4년 간 병원은 딱 한 번 옮겼고, 둘 다 1년 반에서 2년 정도는 다녔습니다. 모든 정신건강의학과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 초진보다 재진이 예약을 잡기가 편합니다.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닐까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갑자기 공황이 오거나 불안해 미칠 거 같을 때 예약을 쉽게 잡을 수 있더라고요. 정확한 표현은 모르겠지만 저는 불안의 정도의 차이가 커서 어느 날은 불안해 미칠 거 같다가도 어느 날은 보통 사람들처럼 멀쩡하고 그래서 약 조절의 경과를 잘 지켜봐야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병원에 얼른 가서 진단받고 약을 조절하는 게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이제는 공황이 오거나 불안이 터져도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고통받고 있지 않고 그냥 바로 병원에 예약 걸고 빠르게 진료받으러 갑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치료책은 약이 아니지만, 불안장애 약이 주는 안정감은 진짜 제 기준상 엄마가 해주는 위로보다 나른합니다. 엄마 미안. 

 

 

 

2. 정신적인 결함을 인지하게 된다. 

그냥 말 그대로 나는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니까 내가 내 힘으로 혼자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전문가의 말로 듣게 됩니다. 근데 이게 은근 편안해져요. 그냥 내가 자연 치유되는 찰과상을 입은 게 아니라. 병원에 가지 않고는 혼자서 이겨내기 어려운 병에 걸렸다는 걸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혐오를 조금 줄일 수 있달까요? ADHD를 인지하기 전에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를 진짜 매일 못해도 5~6번은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게 너무 당연해서 자기혐오인지도 몰랐어요. 근데 약 먹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나는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거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결국 내가 남들에 비해 뇌 기능적으로 혹은 호르몬 때문에 조금씩 힘든 부분들이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인정하면 오히려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자기혐오를 멈추고 내 앞으로의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업무시간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렸어요. 운동을 30-40분 정도 해주는 게 오히려 업무 집중시간을 늘려주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제 결함을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수행방식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인지하고 인정하는 게 먼저 된다면요. 근데 의외로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버리면 허탈하면서도 빠르게 인정이 되더라고요. 

 

 

 

3. 자기 연민을 실천할 수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에게 가장 필요한 자기 연민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저에게 가장 큰 자괴감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근데 위에 말한 것처럼 ADHD를 인지하면서 나는 뇌에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었구나를 알게 되었죠. 그럼 저 문제는 해결 된거죠. 오히려 나는 그 집중 안 되는 뇌를 가지고도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오히려 애썼다고 저를 연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안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전보다는 빈도가 훨씬 늘었죠. 어쨌든 좋든 싫든 저는 이런 저를 앞으로 길면 80년 정도까지를 데리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 기간 내내 제 특성이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고 부정하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인정하고 잘 보듬고 위로하면서 살아야죠. 불안장애도 똑같아요. 사실 이렇게까지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도 불안한 걸 이해 못 했거든요. 근데 그냥 내 호르몬 문제구나, 내 신경이 남들보다 예민하구나를 인지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내가 아픈 거였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어요. 그냥 내가 아파서 그런 거구나 약 먹고 잠깐만 기다려볼까 하면서 저를 차분히 기다려 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저를 좀 안쓰럽게 볼 수 있어요. 처음으로 저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 이것 말고도 많은 장점과 단점들이 있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가볍게 읽고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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