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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치료기

심리 치료를 위한 억압된 감정 정리하기

by 내면고고학자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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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카드 찾기 및 정리하기 

성인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제 심리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이나 이전의 기억을 돌아보기 위해서 감정을 정리해 보는 숙제를 받게 되었는데요. 쉽게 말하면 기억나는 대로 사건을 써보고 거기에 해당되는 감정카드를 배치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의 기억이 대개 흐릿합니다.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거겠지, 디지털 치매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었는데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저는 어렸을 때만 해도 기억력이 굉장히 선명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가 까먹은 것도 저 혼자 기억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 달 전도 일주일 전도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제가 상처받았던 기억이나 감정을 억압하는 게 너무 잦아서 잘 잊어버리는 것처럼 느끼는 건 아닐까 하시더라고요. 이전에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하는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위의 방식대로 정리하는 걸 추천해 주셨습니다. 혹시 감정카드를 알고 계시나요? 저는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그냥 이미지로 나오기도 하고 시중에 아이들 교육용이나 심리 상담용으로 판매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감정카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바로바로 입에서 안 나오는 감정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멍하다, 뉘우치다, 아득하다, 흡족하다, 서글프다 등 의외로 감정이 다양합니다. 더 알맞은 감정이 있어도 보기가 넓지 않으면 그냥 쓰던 단어를 쓰게 되더라고요. 감정카드는 찾아보니까 판매하는 회사마다 어느정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근데 사실 그냥 많으면 많은 감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종류가 많은 걸 추천합니다. 저도 이 이유로 가장 감정이 많이 나와있는 것으로 구매하였습니다. 

 

 

 

2. 기억 나열하기 

그냥 무작위로 과거 기억을 작성해보세요. 오늘, 어제, 저번주, 저번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그냥 무작위로 써보세요. 기억이 안 나면 갤러리를 확인해 보셔도 좋고, 카드 결제 기록을 찾아봐도 좋아요. 저는 사진 정리를 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어서 졸업앨범도 이번 기회에 버렸어요. 그냥 앨범을 버리면 좋지 않았던 기억에 관련된 사람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잊어가더라고요. 괜히 졸업 앨범도 봐버려서 선명해졌습니다. 버리면서 개운했습니다. 저는 노션에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서 기억을 생각나는 대로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알아먹을 수 있도록 대충 쓰면 됩니다. 길게 쓰려고 하면 어차피 귀찮아서 미루기 때문에 그냥 알아먹을 정도로 대충 씁시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기억에 관련된 시간과 감정카드를 배열하면 됩니다. 저는 아래 예시처럼 작성해 놓았습니다. 조금 내용이 많아지면 그때부터는 시간 순으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써보면 더 좋습니다.  

 

 

 

 

3.  거기서 찾아야 할 내용들 

저걸 하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인데요. 의외로 잘 찾아집니다.

 

내가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가

내가 왜 저 사람을 이렇게까지 싫어하는가

나는 왜 이런 걸 좋아하는가 

나는 왜 이런 것에 무기력해 하는가

나는 왜 그럼에도 사람을 좋아하는가

나는 왜 가족에게 의존하는 걸 싫어하는가

나는 왜 단체생활이 싫은가 

나는 왜 돌려 말하는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스러운가 

나는 왜 위선적인 사람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싫은가

왜 나는 게으름에 극도로 예민한가, 

나는 왜 자기혐오가 심한가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싫어했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의외로 저 과정을 진행하면서 위로가 되는 기억도 많이 마주할 수 있습니다. 나를 스스로 평가하는 기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들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알게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판단 회로가 왜 이렇게 설정된 건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 사건정리와 감정카드를 통해 예시를 들어보자면, 저는 부모님이 늘 일을 하시고 부지런하게 살아오셔서 제가 일을 안 한다는 게 어렸을 때부터 죄송했어요. 그래서 얼른 크면 이것도 사드리고 저것도 사드리고 고생 안 시켜드려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요. 그리고 제 부모님이 살던 시대상과 제가 살던 시대상은 정 반대를 달리고 있기도 합니다. 성장중심의 사회와 경제불황, 집단을 바라보던 사회와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사회 등 많이 달랐죠. 근데 저는 마치 나 때문에 부모님이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하지 못하고 가족에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다 보니 제 삶의 판단 기준 중 게으름에 대한 잣대는 누구보다 엄격했던 것 같아요. 공부 하루종일하고 누워서 잠깐 쉴 때도 부모님은 나 때문에 고생하는데 누워서 폰으로 유튜브 본다는 게 늘 혐오스러웠어요. 그래서 자기혐오는 기본으로 깔고 다니는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나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판단회로의 기준 하나가 어떻게 설정되었는지를 알 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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