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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치료기/강박불안공황

불안 해결 방법: 불안 정리 노트 작성하기 1편

by 내면고고학자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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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장소 바꾸기(선택 사항)

저는 불안 장애를 오래 알아온 사람으로서 불안하면 사람이 얼마나 바보가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바보가 되는 저와 같은 사람을 위해 써보는 글이니 만약 해당되지 않으신다면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불안할 때 가장 좋은 건 밝은 장소로 가세요. 서울이라면 24시간 카페로 지방이라면 24시간 운영하는 스터디카페를 추천드립니다. 둘 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앞에 음료 하나 사들고 테이블에 앉는 것도 충분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는 익숙한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만드니까요. 어렵겠지만, 장소를 바꿔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만약 옮길 수 없다면 분위기라도 바꿔봅시다. 무드등을 켜거나, 방향제를 뿌린다거나, 노래를 틀어본다거나, 뭐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바꿔봅시다. 

 

 

2. 불안함을 그대로 옮겨 쓰기

종이에도 좋고, 타이핑해도 좋아요. 대신 한 곳에 계속 써주세요. 내 불안이 다시 같은 굴레를 돌지 않도록 계속 볼 수 있는 곳에 정리해 봅시다. 저는 이 티스토리 블로그도 정리할려고 합니다. 

생각이 굴레를 돌 때 그 굴레의 시작을 찾아봅시다. 정말 세상이 무너질 일인지? 아니면 내가 불안함이나 긴장에 압도당해버린건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봅시다.  불확실한 상황, 내 미래의 암담한 결과, 원래 내가 예상했던 미래는 실현 가능한가?, 요즘 내가 해왔던 잘못된 행동들 등 하나하나 다 써봅시다. 불안증상이 극도로 심해졌을 때 본인의 불안 증상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어요. 불안과 긴장에 이끌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근데 이게 너무 잦아진다면, 삶이 피폐해지니까 나를 건강하게 바라보기 위한 연습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정리한 부분도 써보겠습니다. 예시라서 건너뛰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경쟁에 최적화 된 사람으로 살아왔어요. 근데 너무 고통스럽고 불안한 감정을 앞에 둔 시험이나 과제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감정들을 계속 억압해 왔습니다. 근데 그게 대학에 오고 자유시간이 많아지니까 갑자기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터져버렸어요. '왜 사는지?'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허무감이 몰려왔습니다. 더불어 저는 경쟁에 뛰어든 이유가 공부를 잘하면 애들이 따돌리지는 않았거든요. 따돌림에서 벗어나고 싶었었던 욕구였는데, 그런 욕구를 이해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라서 해결하는 방법도 저를 괴롭히는 방법이었던 거죠. 결국 아동기부터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진로 설정과 제 욕구 이해를 아무것도 못하고 사회에 나온 걸 인지하게 되었어요. 근데 또 어린 마음에 제가 공부한 것들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도 남들이 하는 걸 다 해봐야지.'하고 게임에 빠져버렸죠. 그렇게 게임 중독으로 4년을 소비했어요. 대학을 어떻게 졸업하긴 했는데 결국 제 적성이나 욕구에 대한 이해도 진로에 대한 이해도 하나도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었죠. 거기서 제가 찾을 수 있었던 답변은 '이건 내가 게으르고 어리석어서 그런 거야.'가 나오더라고요. 자기 파멸적인 결론이었죠. 사실 게임 중독 때부터 저 감정을 느꼈는데, 마주하면 어떻게 될지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외면해보려고 한 거죠. 그때 처음으로 저에 대해 이해하기를 시작했어요. 전 게으른 성격이 맞습니다. 더불어 완벽하고 싶어 합니다. 근데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완벽하고 싶어서 무서워서 도피하다가 게을러진 건지, 게으른데 성과는 인정받고 싶어서 고통스러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이후에는 상담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도 가면서 저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제가 노트에 써봤던 내용들을 그냥 쭉 써보겠습니다. 

 

1. 난 사회에서 도태된 것 같다.

2. 내 게으름 때문에 도태된 것 같다. 

3. 내가 바라던 미래는 실현 불가능하다.

4. 게임에서 빠져 살고 싶다.

5. 밥값은 벌어먹고 살 수 있으려나?

6. 근데 또 그냥 회사는 가기 싫다

7. 게으른데 요구사항은 많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하나만 해라 좀

 

 

일단, 모든 내용을 두서 없이 쭉 써보세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타당하게 분석해 보면 됩니다. 타인의 눈으로 제 문제를 바라보는 건데요. 쉽지는 않지만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이건 2편에 연결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원래 처음 쓸 때에는 세세한 것들이 아닌 엄청 넓은 범위의 불안이 나오는데요. 이걸 자주 써보다 보면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렇게 쓴 것을 꼭 한 곳에 정리해 보는 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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