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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치료기/강박불안공황

성인 ADHD 진단과정/비용/의심증상

by 내면고고학자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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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원 ADHD 진단과정 

저는 23년 4월 27일 뇌파 검사로 ADHD를 진단받았습니다. 검사비용은 약 15만 원이 나왔고, 검사과정은 그냥 머리에 아주 꽉 맞는 비니모자 같은 걸 쓰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액체를 넣기 때문에 머리가 조금 젖습니다. 그래서 검사과정에는 뭐 할 말이 딱히 없습니다. 체크리스트 같은 약식검사도 있었습니다. 근데 아마 본인이 스스로 성인이 되어 ADHD를 느낄 정도면 그 약식 검사는 뭐 의미가 없죠. 사실 다 미루고 실수하는 게 일상인 삶인데 체크리스트에서는 나 ADHD입니다라고 광고하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약식검사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이런 식의 체크리스트였습니다. 제가 직접 점수를 산정하지는 않았고 저는 제출만 해서 결과가 어떻게 산정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 ADHD 검사를 받기 전까지의 과정 

2번은 제가 ADHD검사를 제대로 받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해 보겠습니다. ADHD 검사에 대한 내용만을 궁금해하신다면 생략하고 읽으셔도 문제 없습니다. 

  • 처음 내가 ADHD를 의심한 날
    • 사실 저는 이 질병이 사회에서 선입견을 한 겹 씩 내려놓기 시작할 때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ADHD에 관한 영상을 몇 개 보게 되었죠. 하지만 대학교 초기 시기엔 사실 공부를 안 하잖아요. 그땐 애써 부인했습니다. 그냥 놀고 싶어서 자꾸 이렇게 산만해지는 거겠지? 그냥 게임이 좋아서 이렇게 못 벗어나는 거겠지? 그냥 원래 내가 잘 까먹고 신경을 제대로 안 써서 시간을 자각하지 못하는 거겠지, 그러는 거겠지 했죠. 그리고 2년 반을 잊고 살았어요.

 

  • 불안이 극심해져서 병원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던 날
    • 사실 대학 가서 진로에 대한 고민도 좀 하고 공부도 했어야 했는데, 아마 계획도 고질적으로 못 세우는 저에겐 불안함만 가득하고 기억은 계속 지속되지 않아서 병이 안 터질 수가 없었죠. 늘 뭔가 바쁘게는 산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한 게 뭔지?를 고민하다 보니 그냥 취업하기 좋은 대학 졸업장이 생기는 정도의 결과밖에 안 나온다고 생각하니 패닉에 빠졌죠. 왜냐면 제 주변 애들의 상황이 조금 남달랐거든요. 회계사, 로스쿨, 노무사, 공무원 등 애들이 너무 멋진 사람이 되어있었거든요. 저는 해봐야 게임 중독에 할 줄 아는 건 없고, 학과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사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혐오감이랑 불안감이 너무 컸어요. 애들은 다들 자신의 시간을 채워왔는데, 넌 니 시간을 내다 버리고 있었네 하는 혐오감과 불안감이 너무 커졌고, 매일 울기만 했죠. 진짜 빨래 널다가 울고, 밥 먹다가 울고, 샤워하다 울고, 거의 뭐 청춘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무 때나 울었습니다. 뭔가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왜 살지 싶고, 뭐 이 나이에 가지는 흔한 불안감이 이상하리만큼 컸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가 너무 괴롭고 잠을 못 자서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죠. 

 

 

  •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약을 먹다 말다를 반복한 기간들 
    •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증상을 느끼고 자나팜정을 비롯한 여러 우울증과 불안장애 약을 먹었습니다. 근데 이게 아시겠지만, 정말 너무 졸리고 나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약을 안 먹고 그냥 울면서 일하기도 하고, 너무 괴로우면 약을 먹고 일을 안 나가고 병가 내고 자버리기를 자주 반복했습니다. 지금 제 생각으로는 잘못된 굴레를 돌고 있었네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악했던 제가 좀 기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당시에는 월세, 공과금, 밥값 빼고 아주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상담을 처음으로 받기 시작했어요. 저축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미래의 나 힘내라. 결론은 제 유년기의 따돌림당한 기억, 부모님과의 관계, 성장강박 등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왜 그런가'를 인지할 수 있던 기간이었죠.
    • 갑자기 뜬금없지만,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합니다. 물론 정상체중 범주 안이지만, 정상체중에서 과체중 넘어가려고 할 때쯤 되니까 몸이 너무 아픈 거예요. 몸이 너무 무겁고, 불쾌한 느낌이 들어서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고 싶어서 병원을 갔죠. 근데 이때 펜트민정을 섭취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아무런 생각의 방해 없이 집중이 되고 책에 있는 글자를 가로로, 일자로 읽을 수 있게 되었죠. 저에게는 아직도 그날이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펜트민정 일주일 먹으니까 우울증이 급격하게 심해져서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로 달려갔고, 제가 펜트민정을 먹고 있다는 내용을 말씀드렸죠. 펜트민정이 ADHD 환자들에게 가끔 효과를 보이는 약이지만 위험한 약물이라는 점 등의 설명을 해주셨고, ADHD에 대해 선생님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하지만 선생님은 쉽게 진단해 주시도, 검사해 주시지도 않았어요. 일단 저는 그 병원을 3년 이상 다닌 상황이었고, 선생님께서는 제가 ADHD여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상태였어요. 

 

 

  • ADHD 검사도 진단도 안된 애매한 상태 
    • 일단 선생님께서는 ADHD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설명해 주셨어요. 거기서 들은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지만 기억이 오래되어 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왜곡 없이 전하기 어려울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요약만 해보자면, 먼저 각성제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었어요. 선생님은 제가 ADHD일 수도 있지만, 학업 성적이나 평소의 행실을 통해서 각성제류를 먹어야 하는가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판단하셨어요. 각성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ADHD가 어떤 병인지를 정말 20분 동안 설명해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다니는 병원은 제가 대학생 때부터 다녔던 곳이라, 고시를 응시하는 친구들이 본인이 ADHD라고 속이고 각성제를 처방받기를 바라는 경우가 수두룩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선생님도 굉장히 힘든 선택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국 저는 선생님 권유대로 비각성제류 ADHD약물을 처방받고 먹어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죠. 그런 사이에 퇴사를 하고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정신 건강적으로는 일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스스로 판단했죠.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뭐 핑계일 수도 있지만요. 

 

 

  • ADHD를 직접 진단받기까지 
    • 저는 결국 부모님 집 앞에 대형 병원에서 혼자 가서 비용을 부담하고 ADHD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뭔가 검사 판단을 받으니까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뭐랄까 네가 잘못한 게 아니고 아팠던 거야라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물론 약을 먹으면서도 부작용도 있고 이후 이야기도 길지만, ADHD 진단까지는 여기가 끝입니다. 저는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까지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를 돌고 돌아서 왔네요. 총 4년 반이 걸렸어요. 비용이 조금 부담되더라도 의심이 된다면 그냥 받아보세요. 어쩌면 아주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더라고요. 물론 여기선 ADHD의 각성제류 약이 정답으로 보인 것처럼 글을 쓴 것 같아서 걱정되지만, 부작용을 겪은 이야기도 쓸 예정입니다. 정말 약만이 답은 아니더라고요. 우울증이 왔던 부작용도 다음 기회에 작성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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