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 주요 증상
제 주요 증상은 극도의 불안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성인 ADHD를 가지고 있는데요. 과거의 저는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21살부터 인지하고 있었어요. 뭔가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아서 휴학까지 했거든요. 근데 이땐 제가 상상하는 정신병과 다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오래 방치했습니다... 그래서 한 3년 정도가 흐른 뒤에 진짜 이러다가 일상생활도 못 유지하는 삶을 살게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말하면 어떤지 감이 안 오실 것 같으니까 쉽게 증상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제 주요 증상은 울음이었습니다. 진짜 주야장천 울었어요. 친구랑 걷다가도 갑자기 울기도 하고, 빨래 널다가 갑자기 울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제일 답답했던 건 제 이성과 눈물샘이 따로 논다는 거죠. 진짜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머릿속으로는 이건 이렇게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불안하고 하루 종일 눈물이 안 멈추더라고요. 잠 잘 때도 물론 눈물이 나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못 자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꾸 불안한 생각을 반추합니다. 예를 들면 '너는 지금까지 게으름 부려왔던 일 때문에 평생 사람 구실도 못할 거고 너보다 한심한 인간은 없고, 다 네 잘못이잖아 넌 평생 이럴 거잖아' 같은 생각을 계속합니다. 자정작용이 아예 고장 난 거죠. 계속 자기혐오와 자기 파멸적인 생각을 뇌에서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울고 있는 거죠. 지금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기면서도 제가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 평상적인 사고나 문제 하나도 쉽게 못 넘길 정도로 힘들었나 봅니다. 진짜 계속 불안해져 갈 것만 같고, 이 상황을 빨리 어떻게 해결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했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정신과를 검색해 보면서 가장 인기 없고 예약이 없어도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냈죠. 그리고 밤새고 아침이 되자마자 정신과에 갔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가 안 되는 곳이 많아요. 조금 번거롭겠지만, 병원에 미리 전화해 보시고 당일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찾아가세요. 그러고 나서 예약이 될 때 다른 병원도 들려보는 걸 추천드려요. 지금 내가 당장 힘든데 예약까지 1,2주를 기다리는 건 본인에게 너무 가혹하잖아요.
2. 정신과 첫 진료 후기
제일 인기 없는 병원에 갔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약이 잘 받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지금은 무슨 약을 받았는지 처방된 약내역도 뽑아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수입니다. 정신과 진료 3년 차가 넘어가니 여유를 찾았달까요. 진료 극초기 당시에는 그냥 주면 다 먹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약을 받았는지를 쓸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후기랑 다르게 그 병원이 아주 맘에 들었거든요. 사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접수하면서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는 환자를 쉽게 보내시진 못하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첫 진료를 통해 신경과민증과 불안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 진료비는 검사비용이랑 약값까지 25000원 정도 했습니다.
증상을 진료받고 이후부터는 사실 오히려 더 편해졌어요. 이제는 이성과 감정이 따로 노는 걸 이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내가 진짜 병을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아파서 그런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 느꼈던 증상은 졸림이었어요. 당연히 불안장애 약 특성상 불안을 낮추다 보면 졸림이 쏟아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불편하면서도 나른하면서도 불안이 안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죠. 여전히 약을 먹으면 졸립니다. 하지만 불안해서 하루종일 울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마음속을 지옥으로 만들 바엔 그냥 나른하고 졸린 나무늘보가 되는 게 훨씬 살만합니다. 물론 제 생각엔 그래요. 그리고 졸리고 나른한 약도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덜 졸려져 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이 공황처럼 올 때는 그냥 약강도를 올려서 잠을 자버리는 게 낫더라고요. 하지만 약 하나로 제 우울 또는 불안을 잠깐은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세계처럼 느껴집니다. 고작 약 몇 알이 저를 숨통 트이게 한다는 게 허탈하면서도 왜 이때까지 병원을 안 갔을까 하면서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3. 정신건강의학과에 제발 방문해 주세요.
제목에 호들갑 좀 떨어봤습니다. 근데 진짜 그냥 좀 병원에 가주세요. 사실 정신병이라고 그렇게 거대해야 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잠깐 우울한 걸 거라고 무시하고 데리고 살다가 잘못 덧나서 평생 데리고 가야 하는 질병이 되기 전에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 제 우울과 불안을 평생 잘 다독이며 살아야겠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알고 있었지만 글로 쓰니 더 슬프네요. 전 여전히 약을 달고 살면서도 공황처럼 불안이 확 찾아올 때가 있어서 그냥 제 상태를 인정했습니다. 근데 인정이 첫 발걸음이라지만, 사실 제가 인정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치료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도요... 정신병 치료는 어렵습니다. 병원을 3년째 다니고 있는 저에게도 말이죠. 근데 혼자 이겨내거나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흔히 감기로 정신병을 표현하는데요. 감기라고 치기엔 너무 오래가는 고질병 같달까요? 솔직히 감기라는 표현 때문에 놔두면 낫겠지 하시는 분들도 몇 있으시더라고요. 슬프지만 웬만하면 혼자 잘 안 낫더라고요... 약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지만,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줍니다. 일단 마음건강이 온전해야, 상담도 가보고 책도 읽어보면서 제 마음을 돌볼 힘이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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