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 엄격한 친구를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제 친구는 정말 열심히 삽니다. 좋은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취득하고 휴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졸업하였습니다. 바로 외국계 대기업에 취업까지 완료했습니다. 저랑 매달 독서모임을 하는데요. 그때마다 이 친구가 얼마나 본인에게 엄격한지가 느껴져서요. 물론 저도 과거에 그렇게 살아왔고요. 대학교 와서 경쟁에서 이기기만 해서는 행복하지 않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달았지만요. 대학교를 다닐 때는 학과가 다르기도 하고 저는 휴학을 2년 정도 해서 이 친구가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갔거든요. 얼마 전 독서모임을 하는데, 친구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 친구의 신기한 점은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다는 것이에요. 타인이 나에게 쓰레기 같은 말을 하면 타인은 나쁜 사람이 맞잖아요? 거의 뭐 하루 종일 욕해도 모자랄 정도의 기분일 텐데요. 아마 이 기분을 빨리 탈피하기 위해서 제 친구는 외면합니다. 사실 본인이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억압하고 있는 거겠죠. 타인이 나에게 함부로 한 행동을 판단하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나에게 잘못했다는 판단을 내리는 과정까지의 일이 본인에게 피곤하니까요.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지었다가 아니면 어떡하지? 그 사람이 정말 착한 사람인데 오늘 잠깐 실수한 거라면?이라는 생각으로 뒤덮이겠죠... 이런 과정이 너무 힘든걸 어린 시절부터 인지하고 과정을 축소시키고 축소시켜서 감정이 억압된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중요한 건 사실 친구가 외면해서 마음이 편하면 외면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안됩니다. 근데 상처는 상처대로 다 맞고 그 상황은 외면하려고 하는 게 너무 맘이 아프더라고요. 그냥 저 사람이 쓰레기다 그 한 마디면 편한데요. 그 과정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는 착한 애인게 티 나더라고요. 물론 편집증처럼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 사람은 나를 위협하려는 거야라는 사고는 위험하지만, 어느 정도는 나에게도 숨 쉴 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친구는 저랑 80살까지 살아야 하니까요. 오래 끌고 갈 숨쉴틈을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
2. 제가 생각하는 자기합리화란?
별로 큰 게 아니에요. 그냥 타인을 그대로 평가하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나오는 더 글로리를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연진이는 연진이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기에 동은이의 복수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랑 비슷합니다. 지옥이란 딱 지옥에 갈만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본인과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살게 된다는 점에서 지옥이라고 볼 수 있죠. 내 주변의 인간관계는 내가 만듭니다. 위선이라도 떨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겉모습을 적어도 따라 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이랑 어울려 다니겠죠. 위선은 선이 아니라며 남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본인과 똑같은 말을 주고받을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겠죠. 내가 생각하는 도덕의 선이, 내가 생각하는 생각의 폭이 비슷한 사람끼리 우리는 필연적으로 모이고 살아가게 됩니다.
웃기지만 저는 위에 말이 저에게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합리화가 되기도 자기 연민이 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의 모든 행실에는 자기의 모든 삶이 보이는 것이라고요. 내가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저 사람이 나에게 하면 안 될 말을 쉽게 한다면, 본인의 자식에게 하는 말에도, 주변 동생들에게 하는 말에도 그 인격을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는 사람이겠죠. 평상시에 속으로 그 생각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저 사람이 솔직하다는 말을 무기로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다면, 저 사람은 본인도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는 있어야 할 사람이겠죠. 저는 그래서 남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는 사람들이 정말 그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놔두면 그 사람이 그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지만, 누군가가 고쳐주려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볼 기회는 주어지거든요.
저는 누군가를 외면할 때 제 마음이 편해지는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저 사람은 딱 저 사람만큼의 도덕성을 보이는 사람들과 살고 있는 사람일것이다. 더 좋은 도덕성이나 행실을 갖춘 사람이 주변의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 사람을 고쳐줄만큼의 사랑은 받지 못했나보다. 저사람은 앞으로도 저렇게 스스로 좁은 세상을 택하고 살아갈 것이다. 내가 저사람을 외면하는게 스스로의 작은 지옥에 남겨지는 일일 것이다 하고요. 물론 사소한 다툼이 아니고 진짜 고쳐먹지 못할 정도의 인간일 때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게 편하거든요. 고쳐질 기미라도 보이는 애들은 오히려 안밉고 귀여워요. 근데 가끔가다가 얘는 무슨 삶을 살아온걸까 궁금해지는 애들이 몇 있거든요. 가끔은 이런 자기합리화를 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어차피 외면할 거면 내 맘이라도 편해졌으면 하거든요. 회사 상사면 앞에서 욕도 못하는데 속으로라도 이 정도 저주는 귀엽지 않을까 합니다. 가끔은 남 탓도 하면서 살아보자고요. 제 친구처럼 살면 병들어요. 남 탓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이정도의 자기 합리화는 가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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