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취의 끝이 도래한다면?
여러분은 스스로 노력해서 도달하는 본인의 성취의 종착역을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느 날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상담 치료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게으르고 미루는 걸 좋아하지만, 제가 게으른 걸 용서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오늘도 늦게 일어나서 제 게으름과 자괴감에 감탄하면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제가 게으름에 예민하고 욕심이 많다는 걸 상담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세요. 그래서 상담하면서 상담 선생님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내면고고학자님이 생각하는 성취의 끝에는 뭐가 있어요?라는 질문을 말이죠. 저는 이 말을 듣고 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답변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 내 삶의 끝에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말이죠. 저는 제 내면을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남 위로할 때는 그렇게 넘치는 관심이 내면의 저에게는 왜 이렇게 박한 걸까 싶었습니다. 그 오랜 고민을 하면서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성취의 보상은 무엇인가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돈 많이 벌기: 억만장자
실제로 실현할 수 없지만 제가 여기서 원하는 결과는 경제권이겠죠. 왜 나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돈으로 인한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서울에서 살 때 돈 없으면 이렇게 서러운 일이 많구나 싶었거든요. 물론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걸 제가 당장 바꿀 수는 없는 거잖아요. 기다리다가 늙어갈 수는 없기에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돈은 안정감이 넘치잖아요. 저는 이제 겨우 대학 졸업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사회 초년생이라 불안감이 높아서 안정되고 싶기도 한 것 같습니다. 엄마가 요즘 나중에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 거냐고 하루 종일 여쭤보시는데, 피난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 나 그냥 집에서 누워서 과자만 먹고살고 싶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뭘 사주고 싶은데 늘 돈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런 고민 안 하고 그냥 주는 행복함을 느끼고 싶다. 나중에 강아지 한 마리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으면 좋겠다. 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근데 쓰면서 느낀 건데요. 과연 내가 불안해하면서까지 돈 벌어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었나?라고 써놓고 다시 보니까 그냥 보통사람이 버는 최저시급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범위의 소망이더라고요. 근데 왜 그렇게 빨리 돈을 엄청 벌어놓고 싶어서 제 스스로를 괴롭혔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왜 그렇게 불안해했을까?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불안노트에 정리하고도 매일 이유 모를 불안에 절여지곤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지적 욕구 충족하기: 학자로서의 삶(교수님 되고 싶다... 근데 석박사 과정은 무섭다 그 말이야...)
저는 책 읽는 걸 엄청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사람으로서의 삶의 가치는 어쩌면 많은 걸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도 잘해야 할 것만 같고, 책도 1년에 100권 읽기 이런 무리한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연말쯤 되어서는 자괴감 처맞기가 특기입니다. 근데 좀 웃기지만, 나중에 교수님은 되고 싶어요. 남 가르치는 걸 좋아하고, 돈 받으면서 공부, 연구..? 그거 짜릿하잖아요. 내가 자아실현하는데 돈까지 준다고..? 하지만 대학원 가기 무서워서 울고만 있긴 합니다. 일단 서울살이 다시 하기 싫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냥 즐거워요. 근데 게을러서 자꾸 미루고 보상심리로 양을 더 무리한 목표를 얹어서 고통받고 있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왜 누가 쫓아오듯이 빨리 똑똑해지고 싶은 걸까 하는 마음이죠. 어릴 때 똑똑하다고 칭찬 몇 번 받은 게 저한테는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나 봐요. 그래서 자꾸 남들을 비교기준 삼아서 더 빨리 더 특별하게 가 기본이 되어버린 느낌이더라고요. 왜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고통을 받고 있는지 미련한 저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끝이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공부하는 제 모습이길 바라는 저라고 생각하니까 좀 이상하고 싫더라고요. 그냥 공부를 좋아해서 도전해 보고, 밤도 새우고, 이야기도 하는 저라고 생각해 보면 되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왜 굳이 고통받으면서 지금을 망치고 있는지를 이해 못 하겠더라고요. 근데 또 금방 까먹고 무리한 목표를 세우겠죠. 남들의 모습이 욕심나서요... 사실 욕심내서 만들어낸 잘못된 성취의 끝이 행복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특별한 사람 되기: 유명인..?
좀 모순이지만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상을 추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나중에 나는 잘될 거 같지만, 또 가끔은 현타 세게 맞고 정신을 차리죠. 그래서 저는 좀 마음속 깊숙이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는 더 특별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습니다. 쓰고 나니 좀 부끄럽네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나중에 부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달까요...? 근데 이걸 왜 원하는지를 모르겠고 이 끝에 특별한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도 딱히 특별한 답이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위에 2가지 기준에서 처리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쥐어짠 후에야 나온 성취의 끝은 '사랑받고 싶다!'인 것 같아요. 근데 이걸 하려면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먼저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사랑받고 싶은 건데,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는 건데 왜 특별하지 않을 때 저에게 실망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2. 현재를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기
성취의 끝이 도래할 때 제가 얻고 싶은 건 현재를 태워가면서 할 만큼 큰 것들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현재를 음미할 줄 안다면, 오히려 만족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뭐 자기 합리화고 게으름이라고 평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못해도 6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제 스스로를 태워가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너무 불행하더라고요. 물론 누워서 유튜브만 보고 세월을 낭비해라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을 즐겨란 말도 아니고요. 미래도 소중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불행할 이유는 없다는 거죠.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아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하루의 경험은 다양하니까요. 매일 부지런한 하루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은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그냥 성취의 끝이 도래해도 내가 원하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요. 그리고 그 성취의 끝의 본질이 생각보다 작고 소중한 것들인걸 알아서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끌려다니다가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제대로 된 욕망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냥 제가 진짜 원하는 끝엔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해 봤는데요. 별거 없더라고요. 저는 작고 소중한 걸 좋아하더라고요. 의외로 SNS나 주변의 앞서가는 친구들에게 열등감이나 부러움에 나온 가짜욕망도 되게 많더라고요. 내 것과 남의 것을 잘 구분만 해도 어쩌면 만족스러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에게 맞는 옷을 잘 찾아보려고요. 저는 제 옷을 입을 때 잘 어울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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